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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morial

The Seeds

designed and produced with Byungdoo Youn
location _ unknown nuclear bomb experiment site in Nevada, USA

지난해 1월 유엔 핵무기금지조약(TPNW, Treaty on the Prohibition of Nuclear Weapons)이 50개국 이상의 비준을 받아 발효되었다. 2017년 7월, 히로시마-나가사키 원폭 투하 75주년을 맞아 채택된 이 조약은 핵확산금지조약(NTP)과 달리 모든 핵무기의 개발이나 실험뿐만 아니라 핵보유국의 핵우산 제공까지도 금지한다. 그러나 핵무장국과 핵우산에 의존하고 있는 국가 대부분이 비준하지 않아, 이 조약을 통해 실질적인 핵실험 및 핵무기 사용 근절로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핵무기는 폭발의 규모가 엄청난 만큼, 그 여파 역시 파괴적이다. 폭발로 인한 직접적인 파괴는 단 몇 분 만에 일어나 기폭지점 내 대부분의 것을 증발시키며 반경 10km가 넘는 구역까지 뻗는 열복사선은 사람을 산 채로 불태운다. 피폭된 생물들은 회복하기 어려운 고통을 안고 살아가며 방사능으로 인한 환경오염은 우리가 알던 세계를 더 이상 전과 같지 않은 위험한 곳으로 바꿔버린다. 특히 미국과 러시아의 핵전쟁이 일어날 경우, 폭발로 인한 ‘핵겨울’로 인해 지구의 기온이 내려가고 식량 생산량 감소로 인해 세계 인구의 최대 70%가 기근으로 사라질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기도 하였다. 우리는 이미 최근의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서 전쟁과 무기사용이 가져오는 전 세계적 영향을 확인한 바 있다.

 

이러한 배경 아래에, 국제적 건축 공모 기획사인 ‘빌드너(Buildner)’에 의해 개최된 ‘더 라스트 뉴클리어 밤 메모리얼(The Last Nuclear Bomb Memorial)’ 공모는 국제사회에 핵무기의 위험성을 알리고 핵실험 및 핵무기 사용을 근절하자는 목소리를 모으고자 추진되었으며 올해로 2회째를 맞이하였다. 공모 참가자는 주최 측이 제공한 전 세계 핵실험 장소, 혹은 핵 관련 사건, 사고 발생 장소 중 한 곳을 대상지로 삼아 추모공간을 디자인해야 했으며 제출물은 A1 패널 한 장이었다. 특히 이 공모는 핵무기의 위험성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핵실험과 핵무기 보유 문제에 대해 침묵하는 국제사회의 무심함을 비판하고자 제출물에서의 문자사용을 엄격히 금지하였으며 공모 참여자는 오로지 ‘이미지’로만 자신의 의도를 표현해야 했다. 전 세계에서 제출된 작품 중 40여 개의 작품이 최종 후보자 명단에 올랐으며 지난 7월 12일 수상자 명단이 발표되었다. 각국 8명의 건축가로 구성된 심사위원의 심사 결과 An-Tai Lu(미국)의 ‘Remembering’, Xavier Loureiro(스페인)의 ‘Alén’, 신영재/윤병두(대한민국)의 ‘The Seeds’가 각 1, 2, 3등을 수상하였다. 공모의 특성상 수상작에 대한 작가의 직접적 해설이 없기에 각각의 작품에 대한 해석은 오롯이 감상자에게 맡겨져 있다.

3등작 ‘The Seeds’(신영재/윤병두)는 미국 애리조나의 핵실험지를 대상지로 삼았다. 폭발의 중심을 향해 선 1,000여 개의 토우들은 시간에 지남에 따라 점차 분해되어 새로운 생명을 위한 보금자리가 된다. 어느 하나도 같은 토우는 없으며 각각의 토우는 어린이, 노인, 소방관, 산모 등 다양한 인물 군상을 표현한다. 특히 가축과 야생동물 등 인간이 아닌 다른 생명들까지도 포함하여, 핵무기로 인한 피해가 인간뿐만 아니라 생태계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여지없이 드러낸다. 또한 대상지의 생물상에 대한 조사와 분석을 통해 추모공간이 추모를 위한 공간이기를 넘어, 지역의 멸종위기 자생식물(Tiehm’s buck wheat)과 곤충(Monarch Butterfly)을 위한 서식처가 될 수 있도록 토우 안에 자생식물의 씨앗을 섞도록 제안하였다. 이로써 비와 바람에 의해 풍화되는 토우들은 생명의 무력함, 연약함을 드러냄과 동시에, 죽음과 파괴가 곧 새로운 시작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암시한다.

 

다음은 심사위원단의 평가 전문이다.

 

‘압도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이 제안은 명료하면서도 강력하다. 또한 충분히 구현할 수 있으면서도 그만의 독특한 공간적 경험을 성공적으로 만들어낸다. 배치된 상들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분해되고 새로운 생명으로 다시 태어나 정원으로 돌아온다는 제안의 컨셉은 매우 강력하다. 인간 이외에 다른 모든 생명까지도 품어낸 본 제안의 생태적 접근은 시간, 변화, 그리고 순환을 디자인 어휘로 사용한다. 이 충격적이면서 극적인 대규모 설치작업은 핵무기로 인한 희생자가 사람뿐만 아니라 동식물을 포함한 생태계 전반임을 알림과 동시에, 우리가 모두 끊임없이 순환하는 자연의 일부이며 인간의 파괴적 행위가 이를 파괴해선 안 된다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https://architecturecompetitions.com/nuclearbombmemorial2/

© 2022 by Youngjae Sh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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