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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에서의 일들

밤을 샌 불빛을 보고도

모여드는 벌레는 아무도 없었다

머리에 둥지를 인 나무들은

숨을 죽인 채

모두 무사히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아침의 거리를 채운 사람들은

모두 같은 방향으로 걸었고

집에 너무 늦게 돌아온 새는

둥지 앞에서

입에 문 가지를 떨어뜨렸다

그가 무엇을 보고 놀랐는지 묻지 못했다

풀밭에 몸을 숨긴 벌레들이

이따금 소리내어 울었고

우리는 뜨거워진 거리를

계속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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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 by Youngjae Sh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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